여름
바래봉 정상 가는 길
목이 긴 사슴
2009. 5. 20. 23:48
비바람이 몰아치면
산철쭉이 후두둑 후두둑
희뿌연 구름속에
안개비는 자꾸 내리네
철죽제 끝물에
등산객이 붐빌때면
지리산 자락은 사람들로
외길이 꽉 차서
오고 가고 북적대네
비가 내려도 바래봉 정상길은
비옷입은 사람들로 북적대며
머얼리서 달려온 만큼
기대도 커서 섣불리
돌아가질 않네
흙탕길 물짱 치며
개구쟁이 바지 가랭이
한발자국 옮길 때매다
흙탕물 튀기며 머리엔
계곡에서 불어오는 안개비에
빗방울이 끊일 일이 없어
철쭉 군락지에 발을 옮기면
비바람 맞지 않아 좋아
멋 모르고 바래봉 정상이
1킬로 남아있다하여
고목을 바라보며 정상으로 향했네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내 한 몸 날라가지 않아서
정말 큰 행운이었소
손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비옷은 제멋대로 위로 날리는데
이런 폭풍의 언덕은 처음이오
여기서 인생의 쓴맛을 느끼며
되돌아갈려고 하다
올라오는 사람들 바라보고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소
갖은 고난을 겪으며 올라갔는데...
흐린 날이어서 시야가 보이지 않았고
폭풍우에 정말 몸 둘바를 몰랐소
내려오는 건 차마 생각을 하지 않했소
미리부터 겁에 질려 떨기 싫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