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어느 봄날 오후
목이 긴 사슴
2011. 3. 6. 19:26
눈부시게 아름다운 새싹들의 키재기에
나는 한풀 꺾였다.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이파리들의 행진에
차마 눈을 뜰 수 없었다.
사방에서 아피리들의 물오름소리에
녹색물결 출렁거림에
이 생명 희망의 물을 마시며
아름다운 봄을 넘길 줄 알았다.
그러나 벚꽃이 우수수 다 떨어지고
철쭉이 피를 토하듯 물들어갈 때
더 이상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하이얀 산벚꽃잎따라 머얼리 떠나가버렸다.
산에 나무에서 푸르른 잎사귀 물결치는 소리에
이내 몸은 4월만 되면 덜덜 떨어야 했다.
세상에 그럴 수 있냐고?
봄만 지나가면 내 맘은 안정을 취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