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단풍나무의 여름

목이 긴 사슴 2014. 6. 21. 13:01

 

이파리들이 반짝이며 두 눈을 뜬다.

무수히 많은 이파리를 하나도 떨치지 않고

어머니마냥 꽉 붙잡고서 올해내내 같이 커간다.

작디 작은 어린 손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 갈 때마다 절로 어깨가 으쓱해진다.

단풍나무만이 여름 더위를 몰아낼 수 있다.

빽빽한 단풍나무 이파리를 햇살이

뚫고 갈 수가 없다.

단풍나무 터널만이 쉼터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고

생기가 절로 솟아나고

두 눈도 맑아지고

모든 피로가 싹 가신다.

단풍나무와 이야기나누며

걸어간다.

오늘도 단풍잎을 보며 행복했노라

오늘도 충분한 원기를 주어서 빨빨날른다고

오늘도 무사히 보냈다고

오늘도 옥심을 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