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꽃무릇
목이 긴 사슴
2014. 9. 18. 21:25
손과 발이 없어도 나
걸어갈 수 있어요.
바람이 사알살 불어오면
바람을 따라가면 돼요
내 몸은 불타올라요
오로지 누군가를 가디리다가
돌부처가 된다고 하지만
나는 정열의 화신 불곷을 태운답니다.
무엇을 그리 애태우다가
이파리와 가지도 삭혀버리고서
호올로 가을에 곷을 피운답니다.
꽃대가 기다랗게 나오면서
미인의 속눈썹 길게 물결치고
모두 스산한 기운에 쓰러져 있을 때
나만 세상에 나와 꽃을 피운답니다.
눈썹도 빨강쌕 얼굴도 빨강색
아마 가을을 화폭에 담고자
상사병을 낫게 하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