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꿈꾸는 가을 길목에서
목이 긴 사슴
2019. 9. 28. 22:56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꿈꾸는 가을길목에서
둘이 거닐었던 은행나무길
호주머니에 손 호호
옷깃을 세우면 가을바람이
내 마음속을 팔랑댑니다.
임이 가는 길이면
저승까지 따라간다던 맹세
오로지 세상은 우리 둘만의 세계
하늘에 떠다니는 흰구름도
호수에 비추면서
잔잔한 물결에 축복을 해줍니다.
못잊어 생각이 나겟지요
꿈꾸는 가을길목에서
둘이 거닐었던 코스모스길
코수모스꽃속에 숨어
술래잡기
어지간히 놀랬나봅니다.
한시라도 놓칠세라
행복했던 그 순간들
영원히 지속되리라 믿었거늘
각자 다른 길로 가리라
어느 누가 알았겠습니까?
머언 훗날 가슴앓이에
가을밤내내 피눈물을 삼키며
찌륵찌륵 울고 있으리라
생각해본 적 있으십니까?
내 가슴은 뻥 뚫려 가을내내 몽유병자
그렇게 맨날 산길을 돌아디니면서
공기를 마시고 산새소리를 들어도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