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장저수지 둘레길

목이 긴 사슴 2021. 1. 22. 16:49

내장저수지에 눈이 쉬지 않고내리네

하얀 눈을 머금고

내일도 하얀 눈을 머금고

눈이 계속 쌓이고 쌓여

둥그렇게 둘레길

저수지는 하늘과 맞닿아

온통 흰색으로 물들었지

얼음이 얼어서 새 한마리 보이지 않아

살얼음이 얼으면 물가에서 청둥오리들이

고개를 깃털에 숨기고 겨울잠에 빠져드는데...

오늘은 저수지전체가 빙판길

어린 시절 방죽에서 스케이트탄다고

동네 꼬마들 모두 나와서 신나게 놀았는데

그 시절엔 눈도 엄청나게 많이 내려서

길이 막히고 동네길도 막혔지

오로지 방안에서 고구마를 쪄서

후후 불며 맛있게 먹었지

무심코 걸어가는 내 발

나도 모르게 흔적을 남기네

발자국들은 고개를 들어 손짓하네

하이얀 눈길옆에서 그림자가 말을 거네

나랑 같이 가자고 나한테 달싹 붙었네.

추운겨울날에도 나한테 와서 친구가 되네

어쩌면 그렇게 너는 아름답고 따스하게 보이니?

혹독한 겨울날에도 얼어죽지 않고 살아있었구나!

서래봉 불출봉을 바라보면서 저수지길을 도네

찬란하게 자맥질하며 물위로 날던 청둥오리들은

어디론가 떠나버렸네

그들도 자가격리하고 있나?

물가 버드나무가지에서 작은 새들이 노래를 부르네

내장산 9봉을 바라보면서 오랜 세월을

참고 견디며 살아온 저수지

모든 아픔을 치유해주며 포근히 감싸주는 어머니마음

눈이 쌓인 둘레길을 걷노라면

겨울왕국의 엘사

신비의 나라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