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내 고향 설엔
목이 긴 사슴
2021. 2. 12. 17:39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야 내 고향집에 도착하지
한 고개 넘어서 걸어가고
다릿목을 건너야 우리 동네집이 보이지.
산길옆으로 오면 귀신나올까봐
간이 콩알만해져 앞만 보고 가고
우리 동네 굴뚝에서 연기가 S자를 그리며 공중으로 올라갈 때
안심이 되고 어느새 내 집앞으로 쏜살걸음으로 달렸지.
부뚜막 가마솥에선 고구마를 고아서 엿물을 달여서
조청을 만들었지
어머니께서 바가지로 키질을 했지
뜨거운 모래를 넣은 바가지에 말린 밥알을 놓으면
어린광대들이 줄타기하느냐고 야댠법석이었지.
어느새 하이얀 티밥으로 변신했지
티밥을 엿과 섞어서 상에 펼쳐놓고
제각각 네모모양으로 반듯하게 자르면 강정이 탄생
내 고향에선 집집마다 설음식장만하느냐
아궁이에 장작을 짚어서 불을 땠지
굴뚝들이 춤을 추면서 부산하게 움직였지.
유과,방울엿,도우넛 먹을 것이 넘쳐났지.
학독에 밥을 쪄서 넣고 떡방아를 찧고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는 설날의 맟춤떡
집에서 모든 걸 요리해서 만들어 먹었지
가래떡만 떡방앗간에 가서 빼 오고
넘쳐나는 음식에 인정도 넘쳐나고
세배행렬에 잔치상 챙겨주고
동네집집마다 웃어른께 세배드리고
사촌형제간에 우애가 돈톡하고
친척집 여기저기 다니며 즐겁게 뛰어노네.
그런 어린 시절 그리워라.
부자가 아니어도 명절음식이 넘쳐나고
왁지지껄 떠들썩한 동네 풍장소리 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