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박이고개의 고백
매창이 재백이고개에 앉아서
시를 읊었으리
이화우 흩날리고....
내변산에 기를 받으며
날이면 날마다 마당바위꼭대기에서
깨금발하며 아래를 바라봤으리라
행여나 임이 오시려나
순수시대가 지나갔나?
욕심만 생기고 믿음은 어느새 무너져버리고
찌들고 찌든 생활에 하루가 그냥 그렇게 지나갔느니라.
영혼은 내팽긴채 얼마나 많은 세월을 껍데기인 육신만 계속 살아야 하나?
비바람에 찢기고 눈보라에 깎인 마당바위의 작은 조각바위들
바위위에 서러워서 흘린 눈물
새까맣게 가슴이 타들어가
수백년이 흘러도 역력하게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켰구나!
키높이가 다른 무수한 조각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맞이하며 보냈던가?
미세먼지가 많아서 곰소바다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구나!
마당바위에서 소원을 빌며 명상에 잠겨본다.
이제 앞만 보며 내달리지 않을 거라고
일상에 쪄들어 반복적인 일들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
부모로서 자식들 뒷바라지
언제까지 껍데기인생을 살아야만 하나?
깎아지른 바위앞에 그만 고개가 숙여진다.
관음봉이냐 내소사냐 갈림길에서
내소사로 주욱 내려가본다.
전나무가 푸릇푸릇 하늘을 찌를듯이 서 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와서 전나무길을 거닐 때
정말 소스라치게 놀랬다.
빽빽하게 늘어선 키다리 전나무앞에
내가 무릎을 꿇고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정신을 놓았다.
내 앞에 전나무가 나를 못가게 가두었으니까.
내소사 전나무길은 지금도 힐링
오늘따라 사람이 많아서 관광철분위기
내변산 정기를 물려받아 가슴속이 후련해진다.
내변산의 소나무 절개 오로지 한마음으로 변함이 없다.
가자 내 마음이여 꼭꼭 숨지 말고 숨통을 열어다오.
매일 숨겨놨던 이 마음을 오늘은 열어놔서
탁 터놓고 너의 고충을 말해다오.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나도 어디론가 딴 곳으로 떠나야 한다.
지금 평화롭게 쉬었다 가리라.
너밖에 아무도 오지 않아.
오랜 세월 못나눈 이야기나 들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