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산길을 걷노라면
목이 긴 사슴
2021. 9. 28. 15:07
가을바람 맞으며 산으로 올라가요
내 얼굴위로 모기가 윙윙
손사래를 치며 낙엽을 밟으며 귀기울여요
투욱 툭 툭 투욱툭툭
어디선가 초인종을 눌러대요
나무들도 일제히 일어나서
늘어진 가지를 휘청거리며 길을 내놓네요.
내 발자국 옮길 때마다 나뭇잎이 떨어져 수북히 쌓이고
참나무가지에서 마구 떨어지는 도토리
산길 오가는 사람들한테 발길에 채이고 채여
속살이 나뒹굴고 있네요
도토리밟고 간 자리엔 인고의 세월이 찍혀있네요.
도토리도 내년의 봄을 기다리며 산길에 터전을 잡고서
모든 수난도 굴하지 않고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 발밑에 있어도 난 꿈이 있어요
똘똘 뭉친 내 녹말은 아무도 나를 알아차릴 수 없어요 .
냉정하고 인정없다고 차갑다고 말하지마세요
생존경쟁사회에선 어쩔 수가 없어요.
가을은 나에게 풍성한 곡식을 안겨줘요
가을바람맞으며 나무위로 밝은 햇살이 내비칠 때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해요
가을산길에 수없이 떨어진 도토리보며
감성에 젖어서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나도 모르게 날아가버리네요
노래를 부르면서 가을속에 빠져드니
어느새 산정상에 도착했네요
출처: https://choijam33.tistory.com/114 [가을에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