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이 내려요
목이 긴 사슴
2021. 12. 17. 16:33
여기가 하늘인가요?
아니면 땅인가요?
아니면 중간지대인가요?
무수히 많은 눈이 훨훨날아다니고 있어요
솜털같이ㅡ가벼운 눈. 세상을 꽁꽁 얼리고 있어요.
거실 소파에 누워서 창가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어요.
어린 시절 마루에 누워서 흰구름이 몽기작 몽기작 피어올라
하늘길로 걷는 걸 보며 행복의 세계를 꿈꾸었지요
지금은 아파트가 높이 솟아 가로막지만 틈새에서 자유롭게 비행하는 눈을 바라봐요.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눈이 내려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가봐요.
눈속에 파묻혀 길은 인적이 끊기고
온돌방 아랫목에 앉아 뜨끈뜨끈한 고구마를 후후 불면서
입안에 넣었다 놓으면서 소설책에 푸욱 빠져요.
낮인지 밤인지 헷갈리는 날 그래도 뭔가 추억을 만들어봐야죠.
집안에 먹을 것이 많으니 무슨 걱정이 있으리.
얼마 남지않은 이 해 아쉬워서 저렇게도 눈은 계속 내리는가 봐요.
보고 싶은 임은 볼 수 없어도 마음만은 오로지 임생각에
오랜세월동안 참았던 서러움이 복받쳐 오나봐요.
쌓이고 쌓인 저 눈들도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서 제 자리를 찾아가네요.
내 맘도 흰숭생숭 보고 싶은 임을 찾아 항해를 떠나고 있네요
출처: https://choijam3.tistory.com/292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