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고구마를 심으며

목이 긴 사슴 2022. 6. 5. 17:20

단비에 모두 손뼉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른다

가뭄이 한달 넘게 지속되니

농작물이 견뎌낼 수가 있니?

얼마나 기다린 비소식이었나?

밭도랑을 만들고 두둑을 높게 쳐서 고구마나 심어보자

고구마순을 사서 밭두둑에 꺾꽂이처럼 심어보자.

연약한 고구마순이지만 뿌리를 내리고 

줄기까지 자라는 생명력

언제 뿌리가 활착돼서 새잎이 나올 지는 모르지

하루 이틀 사흘 기다리고 살다보면 고구마는 줄기차게 뻗어가는 거야.

우리 아버지께서 농약을 뿌리시며 벼농사를 짓던 그 옛날

동네사람들 모두 두레를 조직해서 모내기를 했지

못줄잡는 사람 모판 날르는 사람 모를 심는 사람들

못줄이 한번씩 나갈 때마다 모심는 사람들 손이 잽싸게 모를 심지

허리를 숙여서 계속 심고 허리 한번 펴고 쉬들 못하지

논에 모내기가 다 끝나면 그때사 허리를 펴면서 비틀비틀 걸어가지

서로 왁자지껄 이야기하며 노래부르며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샛거리먹으며 모두 풀어버리지

작업단을 짜서 동네사람들 논 모내기 날짜가 다 나오고

서로 협동해서 품앗이로 농사일을 하지

모내기 다끝나면 동네 모종에서 잔치를 벌이지

그렇게 힘들고 못살았지만 그래도 동네 사람들 인정은 넘쳐났지

농사일이 다 끝나면 집안 경사에 하루 이틀 동네사람들 초대해서 

잔치를 얼마나 거창하게 하는지

무료로 먹고 서로 축하해주고 밤에는 방에 모여서 

밤이 다 가도록 노래를 불러댔지

어느 가수못지 않게 꾀고리같은 목청으로 노래를 불렀어

아버지 발자국 어머니 발자국을 찾아보며

나도 고구마순을 밭에 심고 있다

부모님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따뜻해지고 뿌듯하다

오늘은 밭에 처음으로 고구마 농사를 짓는 날

날씨가 도와주어서 덥지도 않고 정말 좋은 날

거기에 비까지 내려서 복이 터졌어

고구마야 잘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