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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그네

목이 긴 사슴 2017. 12. 31. 20:50


어지간히도 힘들게 숨가쁘게

뛰어 온 날들

섣달 그믐녁  남창골 갓바위로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겨울나그네

푸르다 못해 눈부신 삼나무에 취해

한 걸음 한 걸음

속세에 찌든 먼지

다 쓸어버리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얼굴로 가는 겨울나그네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

등에 멘 짐 다 내려놓고

홀가분히 허허 웃으며

세상살이 살아가보자.

자연은 천년만년

인생은 얼마나 짧다고 했는가?

헐거벗은 나무도 오늘같이 따뜻한 겨울날

평화로이 숙면에 취해

내년을 설계하는 꿈에 부풀어 있었어. 

한걸음 계속 쌓아올린 공들인 인생탑

지진에 무너지지 않나 

애간장 많이 녹였지.

갓바위 정상 천혜의 요새에서 

전라도를 지킨 장군의 호령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제 느림의 미학 산길 

걸어가는 겨울나그네 

이제 반올림이 아닌 내림

자연과 벗삼아 구름에 해가듯이 가는 겨울나그네  



출처: http://choijamhi.tistory.com/62 [들국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