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98

우산쓰고 눈길을 걸어봐요

들판이 눈속에 풍덩 산길도 어느새 풍덩 천변길도 눈속에 풍덩 한 발자국 걸음에 내 발도 푸욱 푹 엉거주춤 얼음판에 넘어지질 않았네 하늘길도 닫히고 땅길도 닫히고 모두 방속에 갇혀서 창가에 내리는 눈만 한없이 바라보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에 낭만에 취해 미지의 겨울왕국으로 내달리지. 발걸음이 멈춰버린 세상은 어느새 나뭇가지에 소복소복 눈만 쌓여가네 한밤 자고 났더니 세상은 눈속에 풍덩 빠져버렸지 오랫만에 쌓인 눈은 내 유년시절로 날아간다. 논길도 눈길 수로도 눈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모두 하이얀 눈길 한번 잘못 걸어서 들어가면 풍덩 수로에 빠져버려 근데 아무도 길을 잃지 않고 무릎위까지 눈쌓인 길을 잘도 걸어서 왔지 매서운 눈보라에 얼굴은 애리고 아파와도 씩씩하게 집으로 가는 길은 엄청 행복했지 굴둑위에서..

겨울 2022.12.22

눈 내린 날 명상

베란다 창밖으로 무수히 쏟아지는 눈이여! 무엇이 당신을 그리도 성급하게 몸을 날립니까? 밤새 소리없이 흩날리더니 날이 새도록 나뭇가지에 흩날리더니 어느 그리운 소식이기에 하루 한낮을 흩날리느뇨 눈 뜨고나면 창밖으로 보이는 높은 산 봉우리의 능선이 내 유일한 낙이었는데 오늘은 당신이 산봉우리를 회색빛으로 덮어버려 보이질않네요. 아마 당신도 가슴에 품은 한이 폭발해서 지구상에 펑펑 쏟아붓나봐요. 밥먹을 시간도 주지 않나 ㅡ그렇게 일했으면 쓰러질텐데 하늘에서 무궁무진 솜털부스러기 둥근 조각들이 이 땅에 퍼붓고 있어요. 길도 막히고 하늘도 막히고 어디로 나갈 수가 없네요. 수북히 쌓인 길위에 또 두겹으로 세겹으로 계속 쌓이다 보니 겨울왕국이네요. 이젠 부츠신고 눈길을 걸어갈 용기가 나지 않네요. 눈이야 ! 이젠..

겨울 2022.12.22

뽀드득 뽀드득 내 발자국

은빛으로 번득이는 백설기 길 어느새 하늘과 땅이 한 몸이 되어 세상을 감싸안으며 하이얀 빛줄기 대홍수났네 어둠을 밝혀서 글을 읽으며 공부했다는 학자도 있다던데 너무나 눈부셔서 눈을 뜰 수 없어요 하이얀 대지에 축복이 내렸어요 파아란 하늘에선 따스한 햇살줄기 행인들의 모자에 촛불을 켜서 차디찬 몸을 녹여줍니다. 거기에 내 마음속도 따뜻하게 덥혀져 마냥 눈길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걸음 두 걸음 눈속에 파묻힐 때 뽀드으득 뽀드으득 큰 목소리에 깜작 놀라 뒤를 돌아다봅니다. 앞 사람 걸어갈 때 뒤따라가봅니다 뿌드으득 뿌드으득 뿌드으득 뿌드득 어린 시절의 구두 발자국 노래를 불러봅니다. 하얀 눈위에 구두 발자국 ..... 나무위에서 떨어지는 은빛떡가루 세례 내 머리에 정통으로 쏟아지네요. 눈보라가 마구 ..

겨울 2022.12.18

겨울날의 호숫가

호수는 살얼음으로 금이 가는 거울 파도가 세차게 쳐서 물살이 워넉 세졌지 지금은 내 마음도 평안해져 가만히 앉아 있었지 봄부터 가을까지 등뼈 휠 정도로 억세게 생업에 종사해야 했어 하이얀 눈이 사방에 내려 모두 겨울잠속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었지 자연에 파묻혀 조용히 살고 싶어 오늘도 호숫가를 거닐었지 맘대로 머얼리 다닐 수가 없어 바람이라도 쐴 겸 걸어보자꾸나! 햇살이 따사롭게 호수를 빤질나게 비춰주면 물오리떼 자맥질하며 둥둥둥 물살을 가르며 물길을 내네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자기들만의 세상속에서 겨울날을 보내네 그렇게 호숫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물위에서 내달리는 너의 멋진 모습 인기척 소리만 들려도 꽥괙 어서 빨리 호수가에서 저쪽으로 헤엄쳐 도망가자. 호숫가를 돌면서 쇠오리떼 고기 잡는 모습에 흠벅 빠져..

겨울 2022.01.03

어느 맑은 겨울날 저수지 풍경

물가에서 순식간 머릴 물속으로 푹 고기를 잡느냐 잽싸게 잠수하는 쇠오리 부리엔 작은 고기를 물고 아침을 맛잇게 챙겨먹는 어부다. 오늘도 너는 저수지에서 마냥 평화롭게 겨울나기를 하는구나! 인적이 드문 물가 인기척소리만 들려도 어느새 물가에서 머얼리 헤엄쳐간다. 고기를 잡는 모습이 어찌나 깜직한지 고기잡느냐 내가 쳐다봐도 도망을 치지 않는다. 수비대 오리가 꽥괙괙 오리들 모두 도망가라고 사람을 맏질 못해서 머얼리 발길질하며 헤엄쳐 간다. 원앙무리가 물가 나뭇가지위에서 휴식을 취할 때 사람 말소리에 귀가 번쩍 트여 날갯짓 퍼드득 빨리 우리 도망을 치자 가까이에서 볼려고 해도 머얼리 도망쳐서 찰나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저수지를 누비고 누비면서 물살도 조용한 물가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구나! 물속에 풍덩 빠..

겨울 2021.12.29

잃어버린 꿈

내 어린 시절 무지개만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어디론가 하이얀 솜털구름이 실올타리 풀듯이 넓은 하늘 한 길로 아기 걸음마 나섰지. 마루에 누워서 눈빠지게 쳐다보다가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미지의 세계속으로 신데렐라를 찾으러 혼자만의 시간. 아주 아름다운 꿈을 찾아서 금방이라도 닿을 듯 말 듯 어른이 되면 내 꿈을 이루고 마음대로 방방곡곡을 누비는 꿈을 꾸었어요. 어린시절은 왜 이리 숙제가 많은지 숙제없는 세상을 원했지요. 어른이 되면 모든 게 척척 마치 마법사인 줄 알았어요. 젊음은 어느새 인생살이에 바뻐 순식간에 사라지고 먹고 살기에 바뻐 아름다운 꿈조차 꿀 수가 없었지요. 등에 짊어진 짐을 지고 밤낮으로 일하다가 부모역할 자식역할에 내 자신을 돌 볼 여유가 없었지요. 언젠가 등에 짊어진 짐은 조금씩 가..

겨울 2021.12.26

너에게 쓰는 편지

눈이 소복소복 내려서 흠뻑 설경에 빠져 눈길위에 내 발자국을 남겼지 지금까지 지나온 발자국들은 잘 가라고 배웅하며 떠나버렷지 봄부터 겨울까지 걸어온 발자국들 외로움에 떨며 행여 다시 오려나 손꼽아 기다렷지 새봄엔 희망을 안고 꽃길만 걸으라고 기도를 드리겠지 이 해를 보내기 싫어서 징징대고 있으면 어서 새날을 맞이하라고 집안에서 쫓기다시피 나왓지 정이 든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인연으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사람들 어쩌다 우리는 헤어져서 만나지 못하고 있는가? 마음속으로 속앓이하면서 살아왓던 세월들 올해도 그냥 당신을 보지 못하고 내년으로 기약하며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살아야 한답니다. 날마다 산에 올라가면서 당신을 그려봅니다. 헐벗은 나무기둥에도 껍질이 울퉁불퉁한 것은 세찬 눈보라와 풍파를 겪고 난..

겨울 2021.12.24

눈이 내려요

여기가 하늘인가요? 아니면 땅인가요? 아니면 중간지대인가요? 무수히 많은 눈이 훨훨날아다니고 있어요 솜털같이ㅡ가벼운 눈. 세상을 꽁꽁 얼리고 있어요. 거실 소파에 누워서 창가 하늘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어요. 어린 시절 마루에 누워서 흰구름이 몽기작 몽기작 피어올라 하늘길로 걷는 걸 보며 행복의 세계를 꿈꾸었지요 지금은 아파트가 높이 솟아 가로막지만 틈새에서 자유롭게 비행하는 눈을 바라봐요.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눈이 내려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가봐요. 눈속에 파묻혀 길은 인적이 끊기고 온돌방 아랫목에 앉아 뜨끈뜨끈한 고구마를 후후 불면서 입안에 넣었다 놓으면서 소설책에 푸욱 빠져요. 낮인지 밤인지 헷갈리는 날 그래도 뭔가 추억을 만들어봐야죠. 집안에 먹을 것이 많으니 무슨 걱정이 있으리. 얼마 남지않은..

겨울 2021.12.17

겨울산의 힐링 마음여행

코로나 팬데믹이후 누구나 도피처를 찾아서 떠나보자. 숨 한번 제대로 쉬어보자꾸나! 물질문명 만능시대에 인성은 종적을 감춰버리고 겉치레와 위선이 만연하는 사회에서 그나마 살아남을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복면을 하다시피 서로 아는 체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며 모른 체한다. 무언가에 쫓기다시피 길고 기인 날을 쉬지 않고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풍경을 외계인이 사는 나라로 바꿔놓았다. 태생이 누군가를 만나서 조잘거리는 성격이 아닌데 그나마 세상구경을 나가서 견문을 넓히고 싶은데 우물안 개구리처럼 이땅을 벗어나지 못한다. 보고 싶은 사람과 만나서 감회를 나눠가며 정분을 쌓고 싶은데 왜 이리 변이바이러스는 현대인을 옭아매고 죽음까지 몰고 간단말이냐? 자나깨나 코로나 걱정 숨이 콱콱 막히는 현실..

겨울 2021.12.12

낙엽진 숲속의 외길인생

갈참나무이파리 수북히 쌓인 숲속 산길에 낙엽을 몽탕 깔아버려 정상으로 가는 길을 막아버렸다. 이쪽 저쪽 스틱으로 짚으며 올라가는 길은 힘겨운 일터 발이 흠뻑 낙엽속에 빠져 한발 한발을 빼낼때마다 내 몸 여기저기서 그만 후퇴하라고 아우성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멈추면 안될것 같아서 허우적대며 기다시피 올라간다. 머리카락에 바람에 날릴 때 파아란 하늘을 보며 따스한 햇살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오늘따라 바로 내 코앞까지 다가온 햇살은 내 체온을 올려주며 어서 빨리 올라가라고 등을 밀어준다. 낙엽속에 푸욱 빠지던 너의 발을 봤느냐? 낙엽을 타고 미그럼을 타 봤느냐? 낙엽밟는 소리를 들어봣느냐? 한걸음 두걸음 바스락 바스락 길이 없어져 스틱으로 낙엽을 쓸며 길을 내자. 누군지 안전하게 다니도록 내 뒤에 오는 사람을 ..

겨울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