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우산쓰고 눈길을 걸어봐요

목이 긴 사슴 2022. 12. 22. 16:35

 

들판이 눈속에 풍덩 

산길도 어느새 풍덩 

천변길도 눈속에 풍덩

한 발자국 걸음에  내 발도 푸욱 푹 

엉거주춤 얼음판에 넘어지질 않았네

하늘길도 닫히고 땅길도 닫히고

모두 방속에 갇혀서 창가에 내리는 눈만

한없이 바라보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에 낭만에 취해 

미지의 겨울왕국으로 내달리지.

 발걸음이 멈춰버린 세상은 어느새

나뭇가지에 소복소복 눈만 쌓여가네

한밤 자고 났더니 세상은 눈속에 풍덩 빠져버렸지

오랫만에 쌓인 눈은 내 유년시절로 날아간다.

논길도 눈길 수로도 눈길 

집으로 돌아가는 길 모두 하이얀 눈길

한번 잘못 걸어서 들어가면 풍덩 수로에 빠져버려

근데 아무도 길을 잃지 않고 무릎위까지 눈쌓인 길을  

잘도 걸어서 왔지

매서운 눈보라에 얼굴은 애리고 아파와도

씩씩하게 집으로 가는 길은 엄청 행복했지

굴둑위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가

내 얼어붙은 체온을 녹이기 시작했으니까....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쌀밥에 고등어찌개에

벌써부터 입맛을 쩍쩍 다시며 걸어왔지.

집집마다 지붕이 쓰러질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눈을 안고 있었지

방안에선 따끈한 고구마에 동치미를 먹으면

이 세상 어떤 맛도 따라가지 못하지.

눈길속으로 푹욱푹 빠지면서 걸어가보자

단단한 알맹이 눈은 우산위를 뒹굴면서 똑 똑똑

천변아래 물위에선 청둥오리가 헤엄치며 자맥질하네

인간은 추워서 꼼짝달싹못하는데 너는 살판났구나!

우산을 받고 눈길을 걸어가네

수북 쌓인 눈에 내 두 발도 미끄럼을 타면서 뿌드득뿌드득

걸음을 제대로 못 걸어서  엉거주춤  넘어질 뻔 했네

폭설에 차도 다니지 않는 시내 도로 

산책길은 길이 안나서 내 발자국으로 길을 내고 있네

깊게 파인 내 발자국아! 잘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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