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창밖으로 무수히 쏟아지는 눈이여!
무엇이 당신을 그리도 성급하게 몸을 날립니까?
밤새 소리없이 흩날리더니
날이 새도록 나뭇가지에 흩날리더니
어느 그리운 소식이기에 하루 한낮을 흩날리느뇨
눈 뜨고나면 창밖으로 보이는 높은 산 봉우리의 능선이
내 유일한 낙이었는데
오늘은 당신이 산봉우리를 회색빛으로 덮어버려 보이질않네요.
아마 당신도 가슴에 품은 한이 폭발해서 지구상에 펑펑 쏟아붓나봐요.
밥먹을 시간도 주지 않나 ㅡ그렇게 일했으면 쓰러질텐데
하늘에서 무궁무진 솜털부스러기 둥근 조각들이 이 땅에 퍼붓고 있어요.
길도 막히고 하늘도 막히고 어디로 나갈 수가 없네요.
수북히 쌓인 길위에
또 두겹으로 세겹으로 계속 쌓이다 보니 겨울왕국이네요.
이젠 부츠신고 눈길을 걸어갈 용기가 나지 않네요.
눈이야 ! 이젠 쉬었다 가렴.
너도 일만 하다가 지쳐서 병들 때도 있단다.
네가 잠시 멈춰주어야 차도 가고 사람들도 걸어갈 수 있잖니?
동짓날의 폭설은 그냥 지나가려니 팥새알죽이나 먹으며
내년엔 무병 장수하고 만사태평 기도나 드려보자.
눈도 잠시 멈칫 세상이 눈속에 뒤덮여 환해졌어요
한파만 오지 말고 따뜻한 태양만 하늘에 떠올라
세상을 평화롭게 지켜주세요.
내 마음도 이제 진정이 돼서 조금 있다가
밖으로 나가라고 밀어내고 있네요.
희뿌연 하늘속에 오로지 보이는 것은 눈뿐
그래 맘껏 겨울왕국을 만끽하라고 내려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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