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29

내변산은 새만금을 바라보며

내소사 주차장에서 원암마을로 걸어가자 오디가 벌써 벌겋게 익어가고 있다 오월의 따가운 햇살은 나무그늘을 무성하게 조각하고 있다. 내변산의 맑은 공기는 내 뱃속 깊은 곳까지 쏘오속 들어와 오장육부가 뼛속까지 시원하다. 서해안의 바닷바람은 내변산까지 불어와 빤질거리는 나무한테 미네랄을 보충해주고 더위를 식혀준다. 갯바람은 잠자던 나무를 깨워주며 신록으로 내변산을 부둥켜안으라고 바위위에 위태롭게 솟은 나무한테도 단물을 적셔준다. 재백이고개쪽으로 가는 등산길은 평탄하고 숲으로 아주 쾌적하다 어디선가 시원하게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내 심신의 피로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웬지 모르게 살 맛난다. 재백이고개 벤취에 앉아서 목을 축이고 높이 솟은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내 눈도 절로 맑아지고 세상이 모두 행복해보이더라 이젠 ..

명산 2022.05.10

오월의 숲속에 들어서면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눈도 맑아지고 지끈지끈하던 머릿속도 어쩌면 그렇게 시원해지고 가벼울 수가 정말로 여기 오길 잘 했네 상쾌한 공기에 내 가슴 속 찌꺼기들 저 머얼리 날려려버리고 나를 그대로 안아주는 나무한테로 달려가본다. 근심에 그득한 내 얼굴도 이제 반짝반짝 빛이 나 산에 들어서면 몸짓 손짓으로 막 녹색물 오른 나무한테 말을 꺼내리라. 산봉우리 너머 능선까지 녹색 장막을 치느냐 여기저기 영양소를 빨아대기에 한창 바쁜 시절이구나! 여간 눈코뜰새없이 바쁜 요즈음 내게 짬이라도 내주어서 정말 고마워 삭신이 쓰시고 온 몸이 근질근질 허리도 아픈데 너한테로 가기만 하면 아픈 데가 조금씩 사라져 키높이 구두를 신고 하늘 끝까지 닿을려고 하는 너의 야먕도 참 거창하다. 그렇게 부지런히 신록을 쌓고 쌓아서 그린왕..

명산 2022.05.06

무등산 장불재 올라가는 길

무등산 정상을 올라가는 것은 무리수가 따르지 그냥 장불재에 가서 가슴 뻥 뚫리게 바람만 쐬면 좋겠지 중머리재는 멀어서 나중에 가야지 장불재를 목표로 산을 올라가는 거야 오래전에 가본 쉼터 장불재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오네 어찌나 바람이 세던지 떠날려갈 뻔했지 등산객 쉼터여서 점심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며 넓은 분지에 전망은 끝내주지 화순에서 올라가는 장불재 등산코스 거리가 2km, 내겐 안성맞춤이야 등산길 산길마다 무수히 많은 발자국에 손때가 묻은 나무와 쉼터의자들 나뭇가지마다 서로 이파리 키우기 경쟁이 치열하더니 어느새 진달래꽃은 지고 산철쭉만 꽃망울이 부풀어올랐지 노오란 꽃잎 4장 달님처럼 그늘진 산을 불밝히는 피나물 잔 나뭇가지속에 숨어 살다시피 보이지 않던 노오란 꽃 붉은 색 꽃이 주류를이루..

명산 2022.04.28

서래삼거리 가는 길

신선한 공기에 덩달아 뻥 뚫린 기분 정말 시원하다 정말 선선한 기운에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하늘을 향해 날개를 달듯이 나뭇잎들은 비상하기에 눈코뜰새가 없다. 마스크를 쓰고 가도 숨이 막히지 않아요. 계단을 올라가도 숨이 헉헉 막히지 않아요. 위로 보아도 푸르른 이파리 옆으로 봐도 푸르른 이파리 사방이 신록천지 부스락거리며 먹이를 먹고 있는 새들 전나무숲에서 잠시 쉬어다가 가야지 나무다리에 올라가 아래를 보면 바위틈에서 물이 졸졸졸 빠알간 버찌는 알알이 익어가고 땡감나무꽃은 활짝 피었다가 떨어지고 숲속은 풀꽃들의 잔치에 웃음꽃이 화알짝 돌팍길을 한 발자국 디딜 때 하이얗고 쬐그만 꽃 낙하 시작 또옥 또옥 작은 감꽃잎 밟으며 서래봉 삼거리로 전진. 버찌열매 밟으며 올라가자. 언덕길 올라가다 뒤를 돌아보면 ..

명산 2021.06.04

바래봉 가는 길

철쭉꽃이 보고 싶어서 올라갔지 철쭉꽃 한개라도 볼려고 올라갔지 트래킹 산길 넓은 산길 임도 자동차가 헉헉거리며 올라오고 있어 스님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처럼 둥글게 평지를 이루며 사방을 바라보고 있어 허브밸리주차장에서 바래봉까지 3.6km 쉬엄쉬엄 보고픈 바래봉을 향해서 출발 지그재그 임도길 바래봉1 언덕배기에서 쉬고 있는 운봉사람들 정겹게 이야기나누네 인정많은 아주머니 목을 축이라고 쑥개떡을 우리한테 주네 얼마나 꿀맛이었던가? 입에서 살살 녹고 달콤함에 바래봉 오길 잘 했네 칠레꽃향기에 다리아픈 줄도 모르고 하이얀 꽃에 정신이 팔렸네 바래봉 3에 도착 경사진 돌팍길을 올라가는데 뭔가 내 앞으로 휘익 희줄그레 길죽한 것이 쏜살같이 길가 숲으로 내달려버렸어 어린 시절 족제비비슷 담비였나봐! 드디어 바래봉 5..

명산 2021.05.28

오월의 산

오월의 산 지붕은 푸르른 이파리 연두빛 진녹색 물결이 넘실대면 수많은 산소 땅밑으로 하강 숨막히던 미세먼지에 기상천외 바이러스들로 세상은 발디딜데가 없지 오월의 산만이 청정지역 날이면 날마다 산을 올라가 봐 맑은 공기에 머릿속이 맑아지고 내 몸속의 모든 병균이 살균이 돼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아 연두빛 이파리 햇살에 비춰 팔랑거릴 때 무르익은 오월이 작별인사합니다 . 경사진 산등성이에 바람이 머물면 하이얀 꽃이 둥그렇게 피어서 오월의 산이 빛나고 있어요. 넘실대는 신록의 가지들 얼굴을 가리면서 봄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어요. 녹색지붕사이로 햇살이 한 가닥 비추면 숲은 촛불을 키고 제각각 쑤육쑤육 커가고 있어요, 거기다 내면속은 얼마나 깊고 깊은 지 천년이 지나도 제자리에서 자기 인생을 산다니까요. 누구..

명산 2021.05.22

채계산 출렁다리

출렁출렁 이내 마음이 파도치네 아래를 바라보면 어질어질 발걸음 천근가량 무거워 혼자서 거리두기 너무 무서워 누군가 내 앞길에 서서 고소공포 막아주어요. 이내 가슴 진정시키고 이제 아래를 바라보지 않기로 했어 길고 기인 출렁다리 언제 끝이 나나? 하늘위에 파아란 구름만 바라보면서 걷자구나! 오른쪽으로 넓은 평야 파릇파릇 보리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섬진강 강 줄기굽이굽이 물이 흘러가고 있어 바둑판모양 농토에 녹색 물결 황토색으로 젖었지 빨리 출렁다리 지나가야지 송대봉이나 올라가서 안도의 숨을 쉬어야지 땅을 밟으며 산길을 걸어가야지 영 아니네 으시시 가도 가도 출렁다리 종점에 도착하지 않네 아 지금부터 출렁다리 몇 보인가 세어보자. 하나,둘,셋,넷 ....... 머릿속으로 수세기를 하니까 하나도 무섭지 않네..

명산 2021.03.09

눈녹는 칠보산

솔밭에 푸짐하게 눈이 쌓였지 등골이 휘어질 정도로 무거운 눈 근데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네 은빛가루 반짝이며 낙하운동 바람이 가는대로 발걸음 딛을 때마다 뽀드득보드득 눈밭길을 한걸음 갈 때마다 허우적 허우적 앞꿈치 발에 힘을 실지 않았나? 언덕길에 오르자마자 발이 미끄러져 슬라이딩 눈발 소나무들이 부시시 겨울잠에서 깨어나! 바람이 놀러왔다가 은빛가루를 뒤지어썼어. 하이얀 비로드비단이불을 깔고서 엊저녁내내 새근새근 잠을 잘 잤나봐! 이불에 친구들이 놀러와서 그림도 많이 그리고 갔네 따스한 해가 뜰 때마다 소나무가지위에서 빗방울이 둑 뚝 둑 뚝 하이얀 이불에 떨어질 때마다 조각가의 섬세한 손길이 닿네 산새들의 웃음소리 낙숫물소리 오랫만에 들어보네 내 머리위에도 낙숫물이 떨어지네 오늘 정신 한번 ..

명산 2021.02.19

재박이고개의 고백

매창이 재백이고개에 앉아서 시를 읊었으리 이화우 흩날리고.... 내변산에 기를 받으며 날이면 날마다 마당바위꼭대기에서 깨금발하며 아래를 바라봤으리라 행여나 임이 오시려나 순수시대가 지나갔나? 욕심만 생기고 믿음은 어느새 무너져버리고 찌들고 찌든 생활에 하루가 그냥 그렇게 지나갔느니라. 영혼은 내팽긴채 얼마나 많은 세월을 껍데기인 육신만 계속 살아야 하나? 비바람에 찢기고 눈보라에 깎인 마당바위의 작은 조각바위들 바위위에 서러워서 흘린 눈물 새까맣게 가슴이 타들어가 수백년이 흘러도 역력하게 이 세상에 단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켰구나! 키높이가 다른 무수한 조각들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맞이하며 보냈던가? 미세먼지가 많아서 곰소바다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구나! 마당바위에서 소원을 빌며 명상에 잠겨본다. 이제 앞만..

명산 2021.02.13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용굴

내장사 후문 징검다리에 물이 넘쳐난다. 징검다리 건너야 용굴로 가는 산책길 물이 흘르고 흘러 하이얀 거품이 일면서 천둥이 친다. 호젓한 산책길 걸어가면 귓가에 쟁쟁 상류에서 하류로 거센 물길이 흐르고 있었다. 물봉숭아가 얼굴을 내밀며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다람쥐가 부러진 나뭇가지 사이로 숨바꼭질하며 등산객을 바라보았다. 호젓한 산책길옆 계곡위엔 나무들이 쓰러져서 나무다리를 놓았다. 까치봉이냐 신선봉이냐 갈림길에서 신선봉으로 가야 용굴암으로 갈 수 있다. 신선봉은 직진 용굴암 표지판에서 계곡을 건너는 나무다리가 펼쳐진다. 나무다리위에 서서 한 발자국한발자국 걸어가보자. 계단이 계속 이어져도 용굴탐험에 승부를 걸고 걸어갔다. 오르고 올라도 계단은 끝이 없다. 드디어 용굴암 표지판 전에는 좁고 좁아서 무서움..

명산 202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