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밭에 푸짐하게 눈이 쌓였지
등골이 휘어질 정도로 무거운 눈
근데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네
은빛가루 반짝이며 낙하운동
바람이 가는대로
발걸음 딛을 때마다
뽀드득보드득
눈밭길을 한걸음 갈 때마다
허우적 허우적
앞꿈치 발에 힘을 실지 않았나?
언덕길에 오르자마자 발이 미끄러져
슬라이딩 눈발
소나무들이 부시시 겨울잠에서 깨어나!
바람이 놀러왔다가 은빛가루를 뒤지어썼어.
하이얀 비로드비단이불을 깔고서
엊저녁내내 새근새근 잠을 잘 잤나봐!
이불에 친구들이 놀러와서 그림도 많이 그리고 갔네
따스한 해가 뜰 때마다
소나무가지위에서 빗방울이 둑 뚝 둑 뚝
하이얀 이불에 떨어질 때마다
조각가의 섬세한 손길이 닿네
산새들의 웃음소리
낙숫물소리 오랫만에 들어보네
내 머리위에도 낙숫물이 떨어지네
오늘 정신 한번 똑바로 챙기라고
너희들은 그렇게 무거운 눈을 갖고 있어도
불평불만이 없구나!
그래 솔밭 눈길을 걸어봐!
이제부터 사사로이 욕심을 버리고
소소한 일상생활속에서 기쁨을 누려봐!
인생은 얼마나 짧던가?
내 마음부터 정리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