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 논도 밭도 모두 하얀 색
너도나도 모두 똑같아
제각각 다른 옷을 입고
제 목소리 볼륨을 높이느냐 아우성인데
너는 모두를 아우르는 포근한 이불로 잠재우고 있구나!
모두 사다리를 타고 하늘 끝까지 갈라고 발버둥을 치는데
너는 도리어 하늘에서 땅으로 하루만에
급하게 서둘러서 내려왔구나!
모두 열내며 제 목소리 높이며
시베리아 한기에도 시위하고있는데
네가 모처럼 큰 맘먹고
골치아픈 도시사람들의 머리를 식혀주고 있구나!
아무도 가지 않은 하이얀 오솔길에
내 발자국을 찍으며
언젠가 그 발자국을 찾으러 오지 않으련?
눈 소복이 쌓인 소나무 아래
러브스토리에 취해 걸어가면
누군지 모를 내 얼굴을 스쳐가는 눈세례
지난날 같이 걸었던 운동화 발자국들
가슴속 멍울의 아픔을 내던져보며
하이얀 숲속길을 하염없이 올라가본다
출처: http://choijam.tistory.com/82 [낙엽에 띄우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