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의 여자
최기종
아침무렵
석산을 오르는 길
산중턱 쉴참마루에서
한아시 굴참나무를 보았다.
아내는 먼동을 본다며
세월의 틈새를 디디면서
나무위의 여자가 되었다'
하늘햇살 내리는
황금이파리가지마다
거미집 이슬방울 아찔한데
'나무위의 여자'가 된 아내는
매미소리 흉내내고
새소리도 지어내면서
말하는 굴참나무기 되었다.
바람이 흔들고 가는 자리
범벚하지 못할 위대함이여
이제 '내 사람'이 아닌 아내
높고 높은 내 머리위에서
주인처럼 위세를 부린다.
굴참나무 굵은 가지에서
뒤바뀐 권력이 춤을 춘다.
시가 좋아서 오늘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