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나무위의 여자

목이 긴 사슴 2007. 6. 9. 17:17

나무위의 여자

최기종

 

아침무렵

석산을 오르는 길

산중턱 쉴참마루에서

한아시 굴참나무를 보았다.

아내는 먼동을 본다며

세월의 틈새를 디디면서

나무위의 여자가 되었다'

 

하늘햇살 내리는

황금이파리가지마다

거미집 이슬방울 아찔한데

'나무위의 여자'가 된 아내는

매미소리 흉내내고

새소리도 지어내면서

말하는 굴참나무기 되었다.

 

바람이 흔들고 가는 자리

범벚하지 못할 위대함이여

이제 '내 사람'이 아닌 아내

높고 높은 내 머리위에서

주인처럼 위세를 부린다.

굴참나무 굵은 가지에서

뒤바뀐 권력이 춤을 춘다. 

 

 

시가 좋아서 오늘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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