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여름한나절 매미의 합창

목이 긴 사슴 2021. 8. 17. 17:13

숲속은 매미울음소리에 

멀미를 한다.

제각각 숲속을 쩌렁저렁 울리는 거인의 목청

서로 노래 한 자락 볼러보겠다고 아우성대는 숲속 노래방   

폭염에 지쳐서 모두 흐느적거리며 졸고 있으면

너는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천하를 호령하듯이 

노래 한 가닥 거침없이 쏟아붓는구나!

여름이 지나면 너도 한풀 꺾여 어디론가로 떠나야 한다니 안따갑구나!

그동안 짧디 짧은 인생을 허비할 수가 없어서

밤에도 잠도 안 자고 노랠르 부르는 구나!

관객이 없어도 좋고

누가 박수를 보내지 않이도 좋아 

내 나름대로 외길 짧은 인생  지금이 전성기야

남들은  그냥 그늘에서 놀고 먹는 줄 알겠지

한 맺힌 절규 어디에 풀어놓겠니?

숲속은 매미울음소리에

가을문턱을 넘어서기에 바쁘다

토옥 톡 도토리 상수리 알알이 익어가고

단풍으로 물들 날을  기대하며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붓는다.

숲속은 스쳐가는 옷깃에도

누군지 알아차리고 먼저 인사를 한다

어머니가 나를 자꾸 부르는 것 같아서

자꾸 자꾸 뒤를 돌아다보며 천천히 걷는다.

숲속은 영원한 나의 안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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