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장호 둘래길의 일기

목이 긴 사슴 2021. 8. 23. 15:59

비가 억수같이 내려 내장호에 물이 처얼렁

폭염에 메마른 왕버드나무는  

뿌리째 뽑혀나왔다.

오늘따라 빗물로 목을 축이고 

내장산을 바라보며 하루를 연다.

잡초만 무성한 둘래길에 나팔꽃이 덩굴을 이루며

나무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데크길을 걸어가면서

풍경화를 마음속으로 담아가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며 나한테 말을 건내는 벼이삭

너도 곧 결실의 기쁨을 누리겠구나!

우산에 걸리적 거리던 거미줄

거미 한마리가 거미줄에 나와서 사냥을 한다.

밤새 거미줄을 짜느냐 잠도 못잤겠구나!

비가 내리는 내장호 둘래길은  최고야

이렇게 비를 맞으며 내장호 피도치는 소리를 들어보렴

어린시절 동네방죽을 걸어갈 때면

세찬 파도소리에 놀래고 물귀신이 나올 까 봐

얼마나 긍긍전전하면서 간이 콩알만해져

가까스로 빠져나왓던 일

데크길에 쇠오리 한마리 걷고 있네

나도 나처럼 마음여행에 혼이 빠졌구나!

물에서만 노는 줄 알았더니 

내가 발자국 소리를 내지 말고 가만히 있어애 하는데

그만 푸드덕 저수지로 낙하해서 수영하고 있네

향긋한 향기에 두리번 

꽃향기 주인 누굴까?

칡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덩굴세상을 만들었네

너의 이파리는 정말 하늘처럼 넓구나!

너의 꽃대롱은 무수히 많이 달려 보라색 예쁜 꽃

무조건 어디구 상관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너의 생명 

정말 놀랍도다.

내 앞으로 시꺼넘 것이 날아가더니 나무에 멈쳤구나!

비가 내리니 힘을 못쓰고 노래를 부를 수 없는 매미야

너는 비가 개기만을 기다리고있구나!

오늘 내장 호반 둘래길은 내 마음속의 일기 



출처: https://choijam33.tistory.com/112 [가을에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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