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장산 친구들아 !안녕

목이 긴 사슴 2021. 8. 31. 16:46

추위에도 굽히지 않고 너 혼자서 

파릇파릇 보리처럼 자라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초여름엔 종적을 감추고 감감무소식이더니

오늘은 일제히 일어나서 주항빛 꽃등을 달고

내장산 단풍길도로가 붉게 물들었구나!

네가 이렇게 다시 예쁜 얼굴로 지쳐가는 사람들을 구하고 있구나!

숨이 꽉곽 막히는 현대인들의 삶

구호를 내일로 내일로 내일로 외치다가 쓰러지면 어떡하니?

스케줄에 얽매이고 시시각각 일거리에 쌓여 머리가 터질 듯

아침부터 저녁까지 발버등치며 뛰어다니다가

밤이면 잠속에 쓰러져버리는 일상들

내장상사화가 내장산을 짊어지고 쉼터로 가고 있어

그런 내장산에서 숨을 마음껏 마시고

내 마음속의 찌꺼기를 깨끗이 청소해야지

다람쥐가 나와서 한바탕 뜀박질하고   

어찌가 종종걸음하면서 아침밥을 먹으러 오고 

참나무에선 도토리와 상수리들이 옥신각신

씨름하다가 땅에 떨어져 발길에 채이고

물복숭아꽃 붉으스름하게 물들어 여름이 떠나가네

밤새 밭갈이에 지친 멧돼지는 산길가 구더기만 파놓고 어디로 가버렸나!

장마에 풀들은 수퍼보이처럼 막 자라는데

며느리밥풀 달개비 싸리나무 칡꽃 이젠 결실을 맺어야지

뻐꾹나리꽃이 군락으로 피어 가을을 재촉하네

내장산 친구들아! 안녕

수시로 내 집처럼 드나드는 나그네

나의 쉼터 내 보금자리에서 나무들을 보며 안정을 찾고 있어

영원히 변치않는 우정을 쌓고 내 인생길의 반려자

오늘도 너를 ㅡ보며 천국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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