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가 한바탕 지나간 뒤
산은 이파리마다 휘황찬란
저으기 산봉우리 바로 아래
동양화 한폭
하이얀 구름속에 신선이 숨었나?
안개가 자욱이 끼면서
서서히 한꺼풀씩 벗겨내고있었다.
배롱나무 빨간 꽃잎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열매만 남기면서
뱀이 허물을 벗듯
속살만 드러내놓고
목욕하기에 바빴다.
호올로 뎅그라니 부숴져버린 껍질 조각들
이맘때면 껍질이 벗겨져 나가는 것이 애처러워 보였다.
더위는 한풀 꺽이고 한결 시원해져
산길을 걷는 이가 많았다.
폭염속에 고사한 줄 알았던 백양꽃도
어느새 고개를 내놓고
막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가을이 저만치서 손짓하고 있었다.
도토리열매가 뚝 뚝
나무이파리들도 한잎 두잎 떨어진다.
다람쥐는 산길에서 숲으로 냅다 달려간다.
어쩌다 매미도 이제 지쳤는지
울 힘도 떨어져
뜸하게 울어댄다.
계곡물소리에 여름산이 퍼뜩 일어나
산책을 나간다.
출처: http://choijam33.tistory.com/100 [가을에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