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추월산 정상에서

목이 긴 사슴 2020. 5. 18. 14:38

참나무이파리 눈부시게 푸르른 날

벌들이 자기 세상인양

높이 올라와서 영역다툼을 한다.

여기가 내 집이다고

당신은 왜 여기서 무얼하느냐고?

귓가에서 왱왱거려 손사래를 계속 쳐댄다.

내 귓속으로는 들어가지 마라.

금성산성이 우뚝 솟아 블루마운틴 날개를 펼치면.

저 아래 담양호수에 떠도는 배 한 척

가노라 추월산아 다시 보자 담양호야

눈부시게 아름다우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신록이 만공산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마치 중국 장가계에 머무는 듯

세상밖에서 세상을 내려다본다.

오늘만은 딴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어쩌다 때각때각 소프라노 목청 산새소리

바위위에서 폭포수되어 쏟아지는 물소리

계곡에 멈춰 잠시 손을 씻어본다

세상 모든 티끌을 씻어버리자고

내 마음 속 잡념을 모두 없애버리지고

오늘도 추월산에서 내 발걸음을 옮겨본다.



출처: https://choijam.tistory.com/entry/추월산-정상에서 [낙엽에 띄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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