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겨울밤

목이 긴 사슴 2009. 12. 28. 16:26

겨울밤

최기종

밤눈이 봉창을 두드리던 그런 밤이었지 

눈썹짙은 어미는 호롱불아래서

해진 양말을 꿰매고 있었고

우리들은 무명솜이불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초롱초롱한 눈매로

아비가 들려주던 무서운 옛날이야기를 들었지

늑대가 오시랑 캥캥 울어대고

호랑이가 어흥 하고 덤벼들면

이불속으로 깊숙이 자맥질했는데

드넓은 잠의 바다속을 퉁당거리다가

가만히 기슭으로 머리를 들이밀 때

헛간에선 닭들이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

아비는 족제비가 들었다며 램프심지를 키웠고

우리들은 문밖세상이 무섭다며

아불속으로 숨어들어 가슴만 모아쥐고 있었지

그날 이불속에서도 밤하늘 별들이 반짝이고

밤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지

 

*이 시가 어린 시절 족제비에 놀래서 조금만 캄캄해져도 놀래서 

문을 열지 못했던 추억이 삼삼합니다.

유년시절을 돌이켜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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