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11월의 산행

목이 긴 사슴 2021. 11. 26. 15:23

낙엽을 밟으며 쉬엄쉬엄 올라가서

전망좋은 쉼터에서 추억을 되씹어보자.  

앙상한 가지에 주욱 뻗은 나무 

겨울 햇살을 따라 파아란 하늘로 날아가고 싶었다.

녹음이 우거진 산에  산새도 놀다 가고

세상살이에 지친 나그네도 멈춰서서 가쁜 숨을 내쉬네

산 허리에 해가 기울어 동그란 얼굴로 내비칠 때면

지쳐버린 나무도 열기가 가지에  흘러가면

 산더미같은 일들도 거뜬히 해낼 수가 있었다.

또 다시 낙엽을 모으며 나무한테 복귀하라고 

11월은 너의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한 고향이지.

힘든 세월을 참고 단풍이 들 때까지 온갖 뒷바라지를 다했지.

지금은 훵하니 맨 살갗을 다 드러냈지만

그런대로 서로 아껴주며 부대끼면서 겨울바람을 맞지.

참나무이파리 부시시 발길에 채이고 채여서 가루가 돼도

겨울산은 햇살에 반짝이며 산봉우리마다 어깨동무하고 있네

모든 걸 다 주었어도 인색하지 않고 너그러이 받아주는 11월의 겨울산

오색 카펫트를 깔아주고 욕심도 없이 산새들의 보금자리 

11월의 산행은 나한테 미련을 버리고 욕심도 부리지 말라고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마음 속 잡념을 다 털어내고 홀가분히 산행을 떠나보자 



출처: https://choijam1.tistory.com/entry/11월의-산행 [내 인생의 최고의 날들]

'겨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진 숲속의 외길인생  (0) 2021.12.06
눈이 내린 날  (0) 2021.12.01
첫눈오는 날 서래봉 가는 길  (0) 2021.11.23
내장저수지 둘레길  (0) 2021.01.22
눈 내린 내장산  (0) 202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