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내장저수지의 물오리

목이 긴 사슴 2022. 2. 12. 18:25

물가에 살얼음이 얼어서

물새도 둥둥 떠다닐 수 없어

얼음위에서 고개를 푹 처박고 멈춰버린 물오리

나만의 꿈을 찾아서 깊은 잠속에 빠져든다오

아직도 쌀쌀한 봄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냥 우두커니 앉아서 머리카락 흩날리며 

제자리만 빙빙 돌면서 낭만을 그리워한다오

모진 세상 풍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발이 넓은 너는 호수를 가로질러가며 수십바퀴를 쏜살같이 도는구나!

이젠 삶의 터전을 떠나 머얼리 수천킬로미터를 비행해야 한다.

언젠가 향수에 젖어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지

살다보면 정이 들고 화기애애한 가족속에

인생은 어느새 저만치 물러갔네

호수가를 가로지르는 금빛물결속에 찬란한 태양이 솟구치고

얼음이 스르르 녹으면서 봄날은 따스한 햇살에 녹는다.

바람한점없이 고요한 호수에 물오리떼들 둥둥 떠다니며 

얼음속에 몸을 담군 왕버드나무를 깨우고 있어

얼음과 물로 경계를 이루며 호수는 말없이 흘러가고 있어

보초를 서던 물오리 사람들 발자국소리에

꽥꽥괙괙 푸드덕 물위를 찰나의 발짓으로 퉁퉁거리며 날아가네

물위에 일직선으로 파동이 일면서 물길을 내면

다른 오리들도 덩달아서 물길을 내면서 저쪽으로 도망을 치네

평화스러운 호숫가에 너희만의 집을 짓고 맘대로 사방을 돌며 지냇는데

이젠 작별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살거라

겨울에 또 돌아와서 재회를 하며 기쁨을 나누자꾸나!

이별뒤에 만남이 있나니 체력을 길러서 멋진 비행을 실패하지 말고 성공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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