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히 떠다니던 물오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
물살만 가르면서 물가에 물이 처얼썩처얼썩
늪지에 숨어있나 어쩌다 대여섯마리 물오리
꽥괙괙 괙괙괙 ........
조그마한 새끼여서 장거리 수천수만km 날아갈 수 없어요
찬바람 도는 초겨울까지 여기서 아기자기
우리만의 멋진 집을 짓고 살아갈 거예요.
우리가 어른이 되면 그때 만날 거예요.
내 종족은 머얼리 북쪽나라로 떠나갔지만
그런대로 우리끼리 남아서 고기도 잡고 노래도 부르며
왕버드나무가지에 앉아서 쉴 거예요.
가끔 백로가 날아와서 세상 세태를 전해주고 가네요.
발길닿는대로 부담없이 그냥 걸어갈 거예요.
빨리 오라 재촉하지 마세요
주변 풍경에 푸욱 빠져들거예요.
노오란 유채꽃이 수백송이 활짝 피어 웃고 있어요.
꽃향기에 취해 다리가 후들후들 코가 후큰후큰
애기똥풀도 유채꽃에 두 손을 번쩍 들었어요.
네가 들판의 여신이다고 무조건 겸손의 깃발만 날리지 말라고
너한테로 꿀벌들이 윙윙거리며 날아들지 않니?
하늘도 우충충 구름이 시꺼멓게 몰려드는데
너만은 유독 노오란 등불을 켜며 세상을 밝혀주고 있잖아.
한걸음 다가가 뚫어지게 유채꽃만 바라보고 싶어
너의 숨소리에 그만 나마저 숨넘어가겠다.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슴목장 데크길을 올라가요 (0) | 2024.06.21 |
---|---|
구름도 잠시 머물다 가는 내장저수지 (0) | 2023.05.20 |
고구마를 심으며 (0) | 2022.06.05 |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야 (0) | 2022.02.28 |
이별의 아픔 (0) | 2022.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