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장산 원적암 산책길따라

목이 긴 사슴 2019. 12. 14. 22:33

앙상한 가지에 훵하니 서있는 단풍나무

 기다림에 목이 메어

 잔 가지가 흔들리지 않네

사시사철 보고 싶어

오늘도 절로 걸음이 옮겨지네

일주문에 들어서면 백팔번뇌 단풍나무

불경읽는 소리 단풍나무타고

내장산 구봉으로 울려퍼지네

어쩌다 산새들이 쫑알거리며

나무사이사이 뜀박질을 하네

나도 너처럼 이쪽 저쪽으로 이사갔으면 좋겠다.

낙엽을 밟으며 백련암을 지나 산길을 오르네

 

모두 수면속에 깊이 잠들어

고요속에 내 발걸음소리만 들리네

하늘끝으로 솟은 나무가지에 자그마한 겨우살이

추위에도 굿꿋하게 가지를 뻗으며

꽃을 피울 날만 기다리고 있네

참나무에게 넌지시 귓속말로

임대료 즐게요.이번 겨울만 보약먹고 잘 살게요.

 봄이 되면 서서히 제 기운이 스을스ㅡ을 떨어져 힘을 못쓸거예요.

등산객들이 저만 보면 힘이 솟을거예요.

비자림속에서 피톤치드를 많이 마셔보세요.

원적암 산책길은 내 몸에 원기를 북돋아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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